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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그림책작가

에즈라 잭 키즈2

by 홍 솔 2007. 4. 26.

소수 민족아이들을 그림책의 주인공으로 그리면서 사랑스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책 작가 입니다.
다소 무거운 그림도 있지만 이야기는 따둣하고 즐겁습니다.
2기 그림책 소개를 위해 올립니다.
웹진 사과와 블루잉크홈 리브로에서 퍼온글입니다.


에즈라 잭 키츠 (Ezra Jack Keats)
홈 페이지 http://www.edupaperback.org/authorbios/Keats_EzraJack.html
■ 프로필
1916년 뉴욕 주 브룩클린 출생.
1962년 <눈 오는 날> 칼데콧 메달 수상.
1969년 <안경> 칼데콧 어너 북.
■ 작가이야기
도시 서민의 정서를 그림책으로 표현
에즈라 잭 키츠는 1916년에 뉴욕 주 브룩클린에서 폴란드계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5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세 곳의 예술 학교에서 장학생 자격을 얻었다. 2차세계대전 이후 잡지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성인과 아동을 위한 책의 표지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림책 일을 하게 되었다.
키츠는 1962년에 자신이 직접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눈 오는 날>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이 크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 <눈 오는 날>은 미국 그림책에서 처음으로 흑인 아동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키츠의 그림책에는 도시가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여,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따뜻한 필치로 펼쳐진다. 이것은 키츠 또한 도시 서민 아이로 성장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특히 키츠의 그림책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피터'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누구라도 공감하는 친구가 아닐 수 없다. 피터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은 바로 그림책을 보는 어린 독자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되리만치 아이의 생활에 근접한 세계를 키츠는 보여 주고 있다.
■ 대표작
< 피터의 의자 > 시공주니어 1996년
< 피터의 편지 > 시공주니어 1996년
< 휘파람을 불어요 > 시공주니어 1996년
< 눈 오는 날 > 비룡소 1995년
에즈라 잭 키츠는 1916년에 가난한 유태계 폴란드 이민자 출신 집안의 셋째로 태어났다. 소수 민족들이 모여 사는 뉴욕 브루클린 출신이다. 그림책에 처음으로 소수 민족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삼았으며 콜라주, 마블링 등 독특한 기법을 사용하였다. ≪눈 오는 날≫ ≪안경≫으로 칼데콧 상을, ≪안녕, 고양이야!≫로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을 받았다. 미국의 아동 연구 협회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어린이 책'에 열네 번 선정되었다. 다른 작품으로는 ≪휘파람을 불어요≫ ≪피터의 의자≫ ≪피터의 편지≫ ≪내 친구 루이≫ 등이 있다.
유니세프에서는 전세계 우수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에 시상하는 에즈라 잭 키츠 상을 설립하였다. 1980년에는 '어린이 문학에 대한 지대한 공헌'을 높이 평가받아 서던 미시시피 대학에서 메달을 받기도 했다. 1983년 세상을 떠났다.


<눈 오는 날> (비룡소)
1962년 펴낸 <눈 오는 날>에서 하얗게 쌓인 눈과 주위를 둘러싼 산들이 눈에 거슬리지 않는 것도 그런 기교의 한 예가 되며 내용의 전개에 따른 어린 주인공의 심경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쉽게 빠질 수 있는 단조로움을 막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같이 눈 오는 날 이야기에 젖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그림책의 그림들이 단지 대상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역동성과 연속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에즈라 잭 키츠만의 매력이다. 한 페이지만을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내용이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그리고 있어 내용의 구성을 받쳐내고 있다.

<휘파람을 불어요> (시공주니어)
<휘파람을 불어요>는 휘파람을 불기 위해 애를 쓰는 피터의 이야기이다. 너무 많이 불어서 생긴 어지럼인지, 그렇게 애쓰다 지쳐 혼자 빙글빙글 돌아서 생긴 어지럼인지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도 어찔하게 하는 장면은 묘하게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감을 그려낸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도 피터는 결코 안스럽지 않고 걱정스럽지 않다. 피터가 혼자의 놀이속에 혼자 몰래몰래 휘파람을 불어보고 노는 모습이 오히려 천진난만하고 즐기기까지 하는 여유가 있어서 괜한 동정을 가지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피터의 의자> (시공주니어)
<피터의 의자>에서는 조금은 소외된 듯한 우울한 표정의, 휘파람을 불지 못했던 피터의 모습과는 다른 좀 더 사실적인 피터의 모습을 만날 수가 있다. 어린 여동생 수지에게 모든 관심과 사랑을 빼앗긴 듯한 피터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어느 때나 한 번쯤 그런 기억이 떠올라 미소를 짓게 한다. 식탁의자, 자신의 침대, 요람까지 모두 수지에게 빼앗긴 피터는 아직까지 파란색으로 남아있는 자신의 의자를 가지고 윌리와 함께 집을 나가지만 고작 집 앞에서 귀여운 시위를 한다.
다른 작품처럼 배경이 화려하지만 결코 인물들이 왜소해 보이지 않는 것은 적절한 색감의 대비가 앞선 작품들과 다르게 인물들의 표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동감은 그림의 배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앞 페이지에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초점이 모이면 다음 페이지에서는 그 반대로 시선을 모아준다. 이런 적절한 원근감은 책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고 쉽게 그림에 질려버리는 경향을 잘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내용에 있어서는 정서적일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림에 있어서만은 치밀하고 기능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구성과 배치와 표현의 기법도 다양하다. <휘파람을 불어요>, <눈 오는 날>에서는 화면의 초점을 흐리지 않고 한 화면에 역동성을 보여주는가 하며, <피터의 의자>, <피터의 편지>에서처럼 두 페이지에 걸쳐 시선의 흔들림 없이 안정감을 주고 앞과 다음 페이지에서 서로 다른 원근의 배치를 보여준다. 이런 배치가 쉽게 지겨워지거나 그림에서 쏠리는 느낌들을 들어내고 앞서의 잔상들이 지속적으로 다음 페이지와 연결되기 때문에 구성, 연출기법의 치밀함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서정성을 돋보이게 한다.

<피터의 편지> (비룡소)
<피터의 편지>는 이런 연장선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제 좀 더 성장한 피터가 자신의 영역을 가족에서 주위의 친구들로 확대해 가는 발랄하고 생기있는 모습을 그려낸다. 비오는 날 바람에 날려 가는 편지를 잡으려고 뛰어가는 피터, 에이미와 부딪히는 장면들이 그런 생생함을 유지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에 솔직할 수 있어서 그 이야기가 남 이야기 같지 않은 우리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그림책작가. 부조화와 절제의 미학과 색감을 가지고 있는 치밀함. 그리고 철저하게 배려된 연출과 구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책을 기다리게 한다.

<내친구 루이>
남녀노소를 떠나 그 사회 구성원에게 획일적으로 강요되는 사회화 과정은 적응한 자들에겐 축복이지만 적응하지 못한 자들에겐 일종의 폭력이다. 특히 한없이 자유로운 수백, 수천만의 각기 다른 어린 영혼들을 어른이 옳다고 믿는 사회적 틀에 가두려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기존의 세계를 부인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고집하는 ‘왕따’들에게 더 주목하고 애정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수지와 로베르토가 오랫동안 준비한 인형극이 시작된다. 모두들 들떠 친구들과 웅성대지만 오직 한 아이만이 객석에 우두커니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루이. 루이는 자기만의 세계 속에 갖혀 사는 아이다.
인형극이 시작되고 무대 위에는 ‘구씨’라는 이름의 인형이 등장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엔 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구씨가 이상하게도 루이의 관심을 끌게 된다. 루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씨에게 말을 건다. “안녕?” 이어 루이의 입에서 “안녕?”이라는 인사말이 연거푸 터져나온다. 눈을 활짝 뜨고 팔을 힘껏 펼쳐보이며 “안녕?”을 외치는 루이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앞에서 보여줬던 구부정한 어깨, 수그린 고개와 대조적이다. 닫힌 자기세계에서 조금씩 세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걸까.
구씨와 헤어져 집에 돌아온 루이는 다시 ‘구부정한 어깨, 수그린 고개, 시무룩한 눈빛’이 된다. 루이는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 끝없이 아래로만 추락하는 꿈을 꾼다. 루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나만의 세계를 인정치 않는, 먼저 사회화된 자들의 조롱이다. 그러나 꿈에서 깬 루이는 수지와 로베르토가 남긴 쪽지를 보고 기뻐한다. “밖으로 나가 녹색 줄을 따라가 봐.” 그곳에는 친구들이 미리 가져다 놓은 구씨인형이 루이를 기다리고 있다. ‘자기만의 세계’ 속에 있는 친구를 ‘우리들의 세계’로 안내하려 애쓰는 친구들의 우정이 감동적이다.
이 책은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가의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그림이 매우 섬세하고 색감도 풍부하다. 루이의 작은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 부모들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며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던질 수 있다.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는 그림책의 대가 에즈라 잭 키츠가 글과 그림을 함께 한 첫 작품이다. 흑인 소년을 처음으로 그림책의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작가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에서도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 흐르는 사회적 소수자(minority)에 대한 따뜻하고 희망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뉴욕은 다양한 이민족들이 모여 사는 거대한 국제 도시다. 그 안에서 선택받은 집단과 소외된 집단간의 갈등과 분쟁이 하루도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의 현실에 불과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두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온 소년이든, 파크 애비뉴에 사는 백인 소녀든, 할렘가의 흑인 형제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서로 의사를 주고받는 데 언어조차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모였을 뿐이다. 사랑하는 개를 찾겠다는 소년의 의지와 아무 조건 없이 그를 돕는 친구들의 마음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이다.

개를 찾는 아이들이 한나절 동안 벌이는 소동을 통해 작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잃을 수 없는, 되찾아야 할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결국 타인에 대한 진정한 마음만이 어떤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침내 어른들도 이루지 못한, 언어와 인종과 국적을 넘어선 건강한 연대를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대단원은 자못 감동적이다. 그러기에 책표지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되찾아 달라는 후아니토의 절박한 메시지는 어른들에게도 울림이 크다.

검은 연필 선은 거친 도시 풍경 속을 헤매 다니는 아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효과적으로 잡아낸다. 또한 반복적으로 삽입된 붉은 색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그림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다소 과장된 글자들도 그림 곳곳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의 첫 작품인 만큼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풋풋함도 큰 매력이다.

후아니토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뉴욕으로 이사한 지 이틀만에 개 페피토를 잃어버린다. 스페인어밖에 할 줄 모르지만 용기를 내어 혼자 개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러다 우연히 스페인어를 하는 은행 직원을 만나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라고 적힌 종이를 얻는다. 그 종이를 들고 낯선 도시를 헤매 다니며 다양한 인종과 국적을 가진 아이들을 만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몸짓으로 개의 모습을 설명해주면서 그들과 함께 개를 찾아다닌다. 마침내 경찰의 도움으로 페피토를 찾고 다 같이 친구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에즈라 잭 키츠(Ezra Jack Keats, 1916 ~ 1983)



*1916년 미국 브루클린의 빈민가에서 출생
*1962년 처녀작 <눈오는 날>(The Snowy Day)
*1963년 <눈 오는 날>로 칼데콧상 수상
*1964년 <휘파람을 불어요>(Whistle for Willie)
*1966년 <제니의 모자>(Jennie's Hat)
*1967년 <피터의 의자>(Peter's Chair)
*1968년 <피터의 편지>(A Letter to Amy)
*1969년 <보안경>(Goggles)
*1970년 <보안경>으로 칼데콧 아너상 수상
*1970년 <안녕, 야옹아!>(Hi, Cat!)
*1971년 <아파트 3호>(Apt 3)
<초원 너머에>(Over in the Meadow)
*1972년 <애완동물 쇼!>(Pet Show!)
*1974년 <꿈꾸는 아이>(Dreams)
<고양이 놀이 할래?>(Kitten for a day)
*1975년 <내 친구 루이>(Louie)
*1978년 <상자 속 여행>(The Trip)
*1980년 <루이가 찾아낸 것>(Louie's Search)
*1981년 <달사람에게 안부 전해줘>(Regards to the Man in the Moon)
*1982년 <클리멘티나의 선인장>(Clementina's Catus)
*1983년 꾸준한 활동으로 85여권의 저서를 남기고 사망


1.작가에 대하여

에즈러 잭 키츠는 1916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폴란드에서 이민 온 유태인으로, 에즈러 잭 키츠의 탄생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첫째 아이는 일찍이 죽었고, 둘째 딸은 꼽추로 태어났다. 다행히 셋째 아이는 성하지만, 한 입 더 느는게 달갑지 않은 형편이었다. 조산으로 태어난 이 아이도 얼마나 살지 모른다. 어쨌든 부모는 그에게 제이콥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본명은 제이콥 에즈러 카츠)
어린 제이콥은 정작 이름보다 ‘울상’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었다. 늘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부모는 불화했고, 그는 부모의 냉랭한 관계를 일찍부터 눈치챘다. 게다가 집은 늘 가난했다. 에즈러 자신은 병약하고, 또 험악한 집안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섬세했다. 이 섬세한 아이는 어떻게든 가난한 집에 보탬이 되려 애썼다. 한 여름에는 수박장사를 따라 다니며 푼돈을 벌었고, 식료품점에 밀린 외상값 대신 가게 일을 했다.
무엇보다 키츠는 그림을 잘 그렸다. 식탁이나 식료품 봉지에 그림을 그리면, 엄마는 무뚝뚝한 성품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칭찬을 해 주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그림을 어디다 쓰냐? 거기서 밥이 나오냐?”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에즈러가 동네 가게에 간판을 그려 주고 돈을 벌어왔다. 그러자 아버지는 생각을 바꾸었다. “화가는 영 못 쓰지만, 간판쟁이는 괜찮군.” 에즈러는 이런 아버지를 경멸하고, 어머니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불행한 결혼과 가난으로 돌처럼 딱딱해진 어머니에게 섬세한 배려나 친절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에즈러는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뿐더러 불화와 끼니 걱정으로 가득한 집보다는,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 학교를 더 좋아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길을 터주려고 애쓴 플로런스 프리드먼 선생님과 에즈러는 평생 교분을 나누었다. 외톨이 루이가 맘씨 좋은 아줌마처럼 생긴 인형을 만나는 이야기<내 친구 루이>는 프리드먼 선생님께 바치는 그림책이다.) 또하나 도피처는 동네 도서관이었다. 그 곳을 정기적으로 찾아가서 책장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미술책들을 읽고, 인생을 차곡차곡 쌓으며 화가가 되리라 결심한다.
고등학교 졸업식 이틀 전이었다. 누군가 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나가보니, 식료품점 주인 아저씨였다. 일거리가 있다면서 에즈러를 조용히 불러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건 일거리가 아니라, 거리에 누워있는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심장마비. 경찰이 아버지의 지갑을 확인해 보라고 건네주었다. 그 지갑 속에는 신문에서 오려낸, 에즈러 잭 키츠가 미술대회에서 상을 탄 기사들이 수북하게 들어 있었다. 그림이 밥을 먹여주냐며 화를 내던 아버지...... 가끔 물감을 가져와서는, 오늘도 어느 배고픈 화가가 이 물감하고 수프 한 접시를 바꿔 달라기에 바꿔 준 거다. 그러니 너도 명심해라 화가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하며 협박하던 아버지...... 사실 그 물감은 아버지가 돈을 주고 사온 것이었다. 다만 아버지는 아들의 재능을 무작정 밀어줘도 좋을지 어떨지 몰랐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에즈러는 소년가장이 되었다. 이미 미술학교 세 군데에서 장학금 약속을 받아놓은 터였지만, 당장 집세와 밥값을 벌어야 했다. 꼽추누이와 어머니를 두고 혼자만 미술대학에 다니며 화가를 꿈꿀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에즈러는 돈을 벌며 틈틈이 야간 미술강좌를 듣는다. 만화책 스튜디오에서 만화가가 그려놓은 연필선을 따라 잉크선을 긋는 잉크맨으로, 군대에서는 군용트럭이나 군복에 쓰일 위장패턴을 만드는 작업을 하며, 제대후 이일 저일 전전하다 책표지 그리는 일을 시작하게 되고 하지만 그는 아직도 한참 더, 돈 되는 그림은 뭐든지 그립니다,의 세계에서 푹 썩어야만 했다.
그의 인생은 마흔 여섯에 시작되었다. 뉴욕의 어느 서점 주인은 그가 그린 책표지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잘 띄라고, 그 책을 보기좋게 전시해 놓았고, 마침 어린이책 편집자가 이 책표지를 보고 연락을 해와 1954년 Elisabeth Hubbard Lansing의 책에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것은 켄터키 언덕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였다. 브루클린 뒷골목 출신에게는 켄터키 시골도 낯선 풍경이요, 어린이책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열성 넘치는 일러스트레이터는 보따리를 싸서 비슷한 풍경을 찾아 나선다. 그리하여 테네씨의 어느 오두막집 앞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집 앞에서 맨발로 놀던 아이에게 말을 건네고, 아이가 자기의 집을 그렸다고 좋아한다. 덕분에 그집 식구들과 인사하고, 그 집에서 묵으며, 그 집을 모델삼아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 사건을 통해 에즈러 잭 키츠는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그저 돈버는 일에 그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에즈러는 그 뒤로도 한동안 남들이 쓴 원고에 그림을 그리다가, 마흔 여섯에야 <눈 오는 날>(The Snowy Day,1962)이야기를 구상하게 된다.

그동안 내가 그려온 원고에는 흑인 아이가 나오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내 책에는 당연히 저 아이가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그래야만 했으니까. 몇해 전에 나는 잡지에서 흑인 아이의 사진을 오려 두었다. 그리고 어린이책을 그리기 전에 종종 작업실 벽에 붙여 두곤 했다. 그 아이를 바라보는 게 그저 좋았다. 바로 저 아이가 내 책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에즈러 잭 키츠는 흑인 남자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콜라주기법을 사용하여 아름답게 제작한 ‘눈 오는날’이라는 작품으로 1962년에 그림책 세계에 등장하였다. 그 이전 1960년 ‘우리개를 찾아주세요!(My dog is lost!)'라는 작품으로 어린이책 일을 시작하였으나 그 작품은 Pat Cherr 라는 작가와의 공동작이었다.

실질적인 처녀작인 ‘눈 오는날’로 일약 각광을 받게 되었고 다음 해인 1963년에 미국 도서관 협회가 연간 최우수 그림책에 수상하는 칼데콧상을 받았다.
에즈라 잭 키츠가 만든 어린이책은 무려 여든 다섯권이 넘는다. 많은 상을 받았지만 세상을 떠난 그가 받은 가장 좋은 선물은 1997년에 프로스펙트 공원의 놀이터에 세워진 피터와 윌리의 청동상과 피터의 의자일 것 같다.


2.작품에 대하여

[한동네 한식구 그림책]
처음으로 그림책에 등장한 흑인 아이 피터는 <눈 오는 날> 한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한 번 등장인물을 만들어내면 그냥 내버리는 법이 없다. 그의 책은 모두 한동네 식구들이다.
예를들면, <눈 오는 날>에서 태어난 피터는 <휘파람을 불어요><피터의 편지>를 겪으며 자라나 아치의 친구가 된다. 그리하여 아치와 함께 겪는 모험이 <보안경!><안녕, 야옹아!><애완동물 쇼!>이다. 그리고 <꿈꾸는 아이>의 로베르또는 <내 친구 루이>에서 인형극을 하는 로베르또이고, 그 옆에서 인형극을 하는 수지는 <피터의 의자>에 나오는 피터의 여동생이다. 이런 식으로 알고보면 모두 아는 사이다.

*유년기 피터 4부작 : <눈 오는 날> <휘파람을 불어요> <피터의 의자> <피터의 편지>
*소년기 모험 3부작 : <보안경!> <안녕, 야옹아!> <애완동물 쇼!>
*루이 4부작 : <내 친구 루이> <상자 속 여행> <루이가 찾아낸 것> <달사람에게 안부 전 해줘>

[연극무대 그림책]
에즈러 잭 키츠의 그림을 보면, 회화적 붓질과 꼴라주가 특징이다. 이 둘의 결합이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 화면을 구성해 낸다.
유년기 피터 4부작에서는 비교적 깔끔한 꼴라주를 썼다. 마블링, 찍기, 뿌리기로 만들어낸 여러무늬의 종이들을 적절히 잘라, 벽면과 벽지같은 배경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눈에 띄는 패턴으로 옷 입고, 깔끔한 씰루엣으로 단장하여 한 눈에 도드라진다. 마치 연극무대에 눈에 잘 띄게 배치한 인물들 같다.
그러다가 피터 소년기 3부작부터 좀더 회화적이고 어지럽다. 꼴라주는 좀더 거칠고 벽면의 칠들은 그야말로 덕지덕지다. 그런데 이 덕지덕지 담벼락들이 제각기 빚어내는 빛깔과 질감의 노래가 너무나 아름답다. 게다가 그의 그림에 단골로 등장하는 쓰레기통들도 만만치 않게 아름답다.
뒷골목에서 시작해 뒷골목으로 끝나는 그의 그림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극중 극이다. 말하자면 이미 연극 무대처럼 보이는 거기에서 아이들은 또다시 저희들끼리 공연을 한다. 낮은 담벼락을 무대처럼 이용해 헝겊 인형극을 벌이기도 하고(<내 친구 루이>), 누구네 애완동물이 가장 멋있는가 쇼를 벌이기도 한다(<애완동물 쇼!>).
<피터의 의자>는 피터의 집안과 집앞을 무대로 해서 벌어지는 연극이고, <보안경!>은 고물더미가 쌓인 뒷골목을 무대로 해서 벌어지는 한판 어린이 활극이다. <보안경!>에서 피터와 아치는 고물더미에서 보안경을 찾아낸다. 이때 무대는 이곳에만 불을 비추기 때문에 다른 곳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가 깡패 형들이 달려가는 장면에서 무대의 불이 모두 켜지고 우리는 전체 무대를 조감하게 된다. 마치 연극을 볼때 한쪽만 조명을 비추고 나머지를 어둡게 하면, 조명을 비추는 쪽만 무대로 인식하다가 나중에 불이 다 켜지면 전체 무대를 인식하듯이그런 방식으로 펼친 면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 (My dog is lost!, 1960)
여덟살이 된 후아니토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사를 왔다. 친구없이 외톨이가 되었는데, 게다가 아기였을때부터 같이 자란 개를 잃어버려서 더욱 시무룩하다. 과일가게며학교 운동장, 영화관 앞을 기웃거린다. 스페인 말을 할수 잇는 가게에 들어가 ‘개를 찾아주세요’라는 말을 적어 나온다. 그리고는 개를 찾아 낯선 도시 구석구석을 뒤진다. 차이나타운에 사는 중국인 친구도, 작은 이탈리아 마을에 사는 이탈리아 친구도, 파크 애비뉴의 소년 소녀들도, 할렘가의 흑인 아이들도 잃어버린 개를 찾는 일에 힘을 모은다.
생김새가 다르고 쓰는 말도 다르지만 친구의 마음을 달래줄 뜻은 하나로 통한다. 인종과 언어를 넘어선 아이들의 우정이 가슴 뭉클하다.
팻 셰어와같이 만든 에즈라 잭 키츠의 첫 그림책 이다. 까만 연필 그림과 붉은 색만으로 아이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잘 그려 놓았다.

*눈 오는날 (The Snowy Day, 1962)
어린 시절의 눈 오는 날의 흥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림책이다. 주인공 피터는 밤새 내린 눈을 보고 뛰쳐나간다. 피터는 눈 위를 걸으며 뽀드득 하는 소리를 듣기도하고, 발자국도 만들고, 나무 막대기로 그림도 그린다. 나무 위에 있는 눈덩이를 쳐서 내리기도하고, 눈 위에 누워 팔다리를 휘저어 천사를 만들기도 한다. 집으로 올때는 소중하게 눈뭉치하나를 뭉쳐 가져오지만 그 눈은 녹아 없어져 버린다. 몹시 속상한채 잠드는 피터... 하지만 다음날 아침,여전히 펄펄 내리는 눈은 피터의 상실감을 충분히 채워준다. 친구와 눈 덮인 산으로 걸어가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이 후에도 피터의 모험이 계속 되어짐을 암시한다.에즈라 잭 키츠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 마무리이다.
집들은 단순한 모양으로 오려 붙이고, 눈위에 발자국, 눈천사,눈 내린 하늘 등은 물감을 흘리거나 실을 가늘게 흩어서 환상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휘파람을 불어요(Whistle for Willie, 1964)
휘파람으로 강아지 윌리를 불러내고 싶은 소년 피터의 이야기이다. 피터 시리즈 중에서 아이의 마음 태를 가장 잘 드러낸 멋진 그림들이 모여있는 책이다. 그 전책 ‘눈 오는날’에서는 유아수준이던 피터가 여기서는 딱 48개월 만큼만 더 자라 있다.
피터는 어느날 휘파람으로 강아지를 부르며 놀고 있는 아이를 본다. 피터도 자신의 강아지 윌리를 부르기 위해 휘파람을 불어본다. 그러나 잘 되지 않는 다. 휘파람을 불어보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피터의 가장 친한 친구 윌리도 관심이 없다. 휘파람 때문에 약오르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보기도하고, 아빠 모자를 쓰고 엄마에게 아빠흉내를 내보기도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여전하다. 피터는 멀리서 윌 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휘파람을 불어본다. 그런데 갑자기, 진짜 휘파람 소리가 나는 것이다. 윌리는 잠시 멈춰서서 두리번거리더니 피터를 향해 곧장 달려온다.
이 책을 보면 키츠가 얼마나 어린아이를 가슴 속으로부터 사랑하는지를 알 수있다. 휘파람이 불어지지 않는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위해 빙글빙글 돌기도하고, 집으로 오는 길까지를 색분필로 선을 긋기도하고, 아빠흉내를 내기도하고, 그림자를 따돌리려고 뛰어오르기도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 어린시절의 우리가 그랫듯이, 지금 우리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제니의 모자 (Jennie's Hat, 1966)
제니의 숙모는 제니에게 새모자를 선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제니는 꽃으로 장식된 크고 아름다운 모자를 꿈꾼다. 하지만 선물상자 안에는 너무나 평범한 모자가 들어 있다. 실망한 제니는 짚으로 짠 바구니를 머리에 쓰고 어떤 모자를 만들지 궁리한다. 재채기를 할때도 Ah-Choo 가 아니라 Hat-Choo로 하고 caterpillar(애벌레)를 그리면서도 haterpillar라고 할 정도로 멋진 모자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전등갓, 화분, TV 안테나, 솥단지까지 머리에 써본다. 그러다 공원에 있는 새들에게 빵부스러기를 주러 나간다. 항상 토요일 오후3시에 같은 장소에서 새들의 먹이를 주는 제니를 새들도 기다리고 있다. 온갖 종류의 새들이 제니에게 날아와 빵부스러기를 받아먹고, 어떤 새들은 제니의 머리위에서 놀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새모자에 대한 생각을 잠시 잊지만, 집으로 오는 도중 다시 생각하며 큰소리로 소망을 말한다. 새모자가 조금만 더 장식적이라면 좋을 텐데라고...... 다음날 아침 일찍, 제니는 창밖으로 살짝 엿본다. 지나가는 예쁜 모자들을. 그리고 잠시후 가족과 함께 평범한 새모자를 쓰고 교회에 간다. 교회에서도 화려한 모자들에 둘러싸여서 비교가 된다. 그러나 교회에서 나오자 많은 새들이 입에 꽃과 나뭇잎들을 물고 제니의 모자를 멋지게 꾸며 준다. 너무나 행복해 하며 발갛게 상기된 제니의 얼굴과 책의 간지로 쓰인 새의 깃털무늬 옷을 입고 새들과 하나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피터의 의자 (Peter's Chair, 1967)
동생이 생기면 오빠는 이제까지 넘치게 받아오던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동생과 나누어 가져야 한다. 얄밉기만한 동생의 존재. ‘피터의 의자’는 밉기만 하던 동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아이의 마음의 변화가 잘 그려진 그림책이다.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그림 속에는 동생에게 부모님의 사랑과 자신이 쓰던 물건마저 다 양보하여야하는 오빠의 심술 난 표정이 잘 느껴진다.

*피터의 편지 (A Letter to Amy, 1968)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그림동화. 피터는 생일이 다가오자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여자친구 에이미에게 생일초대 편지를 쓴다. 편지를 부치러 가는 중에 에이미와 부딪치게 된다. 피터는 에이미가 오지 않을 까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생일날 에이미는 나타나고... 기뻐 어쩔 줄 몰라하는 피터의 모습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보안경 (Goggles, 1969)
1970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흑인 슬럼가의 비밀장소 웅덩이에서 노란 보안경을 발견한 피터와 아치는 안경을 빼앗으려는 큰 형들을 만난다. 안경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경을 주머니에 밀어넣고 주먹을 치켜든 피터. 아치의 할딱이는 숨소리에 뒤를 돌아본 순간 얻어맞고 땅에 쓰러진다. 안경도 같이 떨어져 모두가 바라보는데, 잽싸게 피터의 강아지 윌리가 안경을 낚아채 물고 담벼락 구멍속으로 달아난다. 큰 형들은 윌리를 쫒아가고, 피터와 아치는 각각 다른 길로 가서 비밀장소에서 만나기로하고 헤어진다. 윌 리가 자신들을 찾아 올거라고 믿으며. 비밀장소로 달려와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는 피터는 발자국 소리에 큰 형들이 따라 온 줄알고 숨을 멈춘다. 그러나 그 소리는 살살 기어오는 아치의 소리. 아치는 비밀장소를 가려주고 있는 문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윌리를 찾아 헤매는 큰 형들과 파이프 가까이에 있는 윌리를 발견한다. 잘못하다간 윌리가 붙잡힐 판이다. 아치는 얼른 파이프 구멍에 입을 대고 “윌리야, 여기 파이프 속으로 와. 빨리!”하고 말한다. 그러자 윌리는 노란 안경을 입에 물고 파이프 속에서 나온다. 피터는 큰 형들의 동태를 엿보다, 자신들이 있는 곳 가까이로 점점 더 다가오자 떨리는 마음에 깊은 숨을 한번 내쉬고는, 아치가 윌리에게 했던 것처럼 파이프에 입을대고 외친다. “윌리, 주차장에서 만나자”라고. 그 소리에 속아 넘어간 형들은 주차장 쪽으로 몰려간다. 그리고 피터와 아치와 윌리는 비밀장소에서 살살 기어나와 막 달려 도망온다. 그들은 아치네 집 계단에 앉아 형들을 멋지게 속아넘긴 이야기를 하며 안경을 써보며 좋아한다.

*아파트 3호 (APT 3, 1971)
한동네 그림책에서 동떨어진 책이 몇권 있는데 그 중의 하나이다.
낡은 아파트에 사는 두 형제가 비오는날 밖에 나가 놀지 못하게 되자 아파트 안을 탐험하는 이야기다. 이 그림책에는 특이하게도 분할 장면이 없다. 모두 펼친 면을 하나의 캔버스처럼 이용해 통으로 그렸다. 그래서 한 장면 한 장면 영화를 보는 듯 하기도 하고, 또는 회화 작품을 보는 기분도 든다. 무엇보다도 낡은 아파트 벽면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계단과 복도들이 아이들이 탐험하는 은밀한 장소로서 낡은 아파트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전해준다.
아파트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하모니카 소리. 샘과 벤은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그래서 한층 한층 집집마다 귀기울여보고 탐색한다. 그러다가 가장 기대하지 않은 3호실에서 나는 소리임을 알게된다. 놀랍게도 3호실 주인은 앞을 못보는 장님이다. 처음엔 꺼리던 형제들도 3호실 주인의 경쾌한 초대와 놀라운 이야기에 넋을 빼앗긴다. 그리고 샘과 벤은 다음날 이 장님 아저씨와 함께 산책하기로 한다.
이 이야기도 어린시절 경험에서 나왔다. 그가 살던 아파트에 장님이 살았고 실제로 둘은 종종 산책을 다녔다고 한다. 소수자, 열등한 존재에 대한 그의 관심은 장애인에게도 뻗친 듯 하다. 그리하여 우리가 흔히 편견을 갖고 보는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친근하고 사물의 이면을 볼 줄 아는 존재인지 깨우쳐 주려는 듯 하다.


*초원 너머에 (Over in the Meadow, 1971)
저 초원 너머 모래사장, 햇볕아래서 늙은 엄마 거북과 한 마리 어린 거북이 살았다.
‘파야지!’ 엄마가 말하면
‘파고 있어요.’ 한 마리가 대답했다.
그래서 어린 거북은 하루종일 땅을 팠다.
모래사장 햇볕아래서.

엄마 거북과 한 마리 아기 거북이
엄마 물고기와 두 마리 아기 물고기
엄마 파랑새와 세 마리 아기 파랑새
엄마 사향쥐와 네 마리 아기 사향쥐
엄마 꿀벌과 다섯 마리 아기 꿀벌 ......

이렇게 애팔래치아 산맥에 사는 여러 동물들의 즐거운 라임이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과 잘 어울려 있다.


*애완동물 쇼 (Pet Show, 1972)
동네아이들 모두가 쇼에 대해 이야기하며 들떠있다. 다음날 아침 아치는 애완동물 쇼에 데리고 갈 고양이를 찾느라 윌리,피터, 수지랑 휴지통도 뒤져보고, 갈만한 곳을 찾아보지만 쇼 시작 시간이 다 되어 피터와 수지가 먼저 간다. 심사원의 말대로 줄을 서서 자신의 애완동물의 나이, 이름을 말하며 심사를 받고 모두가 상을 받는다. 그 상들의 내용으로는 가장 시끄러운 앵무새, 가장 잘생긴 개구리, 가장 다정스런 물고기들, 가장 노란 카나리아 등등.....
마지막 상이 수상되려할 때 아치가 봉지 하나를 들고 온다. 그런데 바로 그때, 지나가던 할머니 곁으로 아치의 고양이가 나타난다. 그러자 심사원은 그 할머니의 고양이인줄 알고 할머니에게 가장 긴 턱수염을 가진 고양이라며 파란 리본을 달아준다. 아치는 봉지안에서 투명한 병을 꺼내어 알이라는 이름을 가진 애완동물 세균을 보여준다. 그러자 아치에게는 쇼에서 가장 조용한 애완동물 알이라며 역시 파란 리본을 달아준다. 모두가 떠나자 그 할머니는 아치에게 아치의 고양이이고 리본도 아치의 것이라 한다. 하지만 아치는 자신도 상을 받았으므로 괜찮다고 그 리본이 할머니에게 잘 어울린다며 인사한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다.
덕지덕지 칠해진 갖가지 색깔의 다 떨어진 문짝들로 쇼 입구를 만들어 놓고,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이름을 지어 상을 주는 모습과, 아치가 가지고 온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에까지 상을 주는 배려가 흐뭇하다.

*꿈꾸는 아이 (Dreams, 1974)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하늘, 우리가 잠든 사이에 변하는 밤하늘의 색깔이 이럴까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밤마다 아이들이 꾸는 꿈의 빛깔이 이럴까요? 우리가 미쳐 생각지 못하는 밤하늘과 아이들의 신비한 꿈의 세계를 마블링 기법으로 마음껏 표현한 환상적인 그림속에서 만날 수 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하늘은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이 묘하게 어우러져 쉼없이 흐르는 시간처럼 그림도 흐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푸르름과 회색이 혼합되고, 검은 느낌의 보랏빛으로 혼재되어 차츰 짙어만 간다. 아침이 다가온 하늘의 모습은 점점 푸른빛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시간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아이들의 꿈은 무어라 딱 집어 말할수 없는, 아이들의 생각만큼이나 참으로 다양하기만하다. 방 창문을 통해 드러나는 제 각각의 환상적인 색채로 아이들의 꿈을 그려낸 작가의 상상력이 참으로 놀랍다. 덧칠을 하고,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는 등 그림이 나타내는 각각의 분위기가 이야기와 멋지게 어울리고 있다.

*고양이놀이 할래? (Kitten for a day, 1974)
아기 고양이들이 노는 곳에 찾아온 강아지는 고양이가 되는 흉내를 내본다. 고양이와 함께 우유를 먹고, 얼굴 청소를 하고, 사뿐사뿐 높은 곳을 걸어가고,쥐를 쫒아 전력 질주도 해본다. 하지만 뭐든지 능숙하게 해내는 아기 고양이와는 달리 강아지는 계속 실수를 저지른다.
엄마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 가면서 강아지는 말한다. “다음엔 다같이 강아지 놀이 하자!”
서로 다른 존재가 되어 놀이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설명글을 생략하고, 고양이와 강아지의 대화만으로 글을 구성했고, 원색으로 그려진 일러스트와 에너지가 충만한 동물의 움직임을 시원 시원하게 보여준다.


*내친구 루이 (Louie, 1975)
루이4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피터네 뒷고목에서 외톨이로 지내던 루이가 인형친구를 만나는 이야기.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해있는 자폐증 아이 루이가 인형극을 보고 닫혔던 마음을 연다. 수지 (피터의 의자에나왔던 그 여동생) 와 로베르토는 애써 만든 인형을 선물하며 우정을 나눈다. 어둡고 표정없던 아이가 활기를 찾는 순간과 두려운 꿈으로 표현된 아이의 마음속 세상이 극명하게 대조되며 자기 안에 갇혀 사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계기를 만든다.


*상자속 여행 (The Trip, 1978)
루이네 가족은 새 동네로 이사를 했다. 친한 친구와 익숙한 동네로부터 떨어진 루이는 너무도 기분이 쓸쓸하다. 방안에 틀어박혀 구두상자와 색종이로 옛날 동네를 만들고, 빨간 비행기도 하나 달아 두었다. 구멍을 통해 상자 안을 들여다 본 순간 루이는 조종사가 되어 옛날 동네를 날고 있다. 너무도 보고 싶은 옛날 동네에 왔지만 오직 루이의 발자국 소리만 들릴뿐 아무도 없다. 친구들을 찾기위해 이리저리 헤맨 루이 앞에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난다. 깜짝 놀라 도망을 친 루이. 그런데 바로 그 괴물들은 루이의 친구들. 오늘이 바로 할로윈 데이였던 것.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섞이는 할로윈과 종이상자속 모험을 배경으로, 한 아이가 낯선 문화 속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군더더기 설명을 생략하고, 그림으로 상황과대사를 추측하게 했다.

*루이가 찾아낸 것 (Louie's Search, 1980)
루이 4부작 중 세 번째 작품으로 루이가 새동네로 이사한 후 아빠찾기 탐험에 나서는 이야기.
루이는 어느날 동네에 어떤 이웃들이 사나 살펴보러 나선다.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지만 그를 주의깊게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넥타이도 매고 이상한 모자도 쓴 우스운 차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뭔가 말을 걸고 싶지만 너무 바뻐보인다. 루이는 고물을 가득 실은 트럭 근처에 무언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도로 실어놓으려고 그것을 주워든다. 그런데 그 상자에서 음악이 연주되고, 트럭에서 무섭게 생긴 한 남자가 뒤돌아보며 상자 가지고 뭐하냐고 소리친다. 루이는 너무 무서워 말도 못하고 상자를 들고 도망가고, 그 무섭게 생긴 아저씨는 쫓아온다. 그러다 루이는 넘어지고 아저씨는 루이의 집으로 찾아가 루이가 도둑이라고 한다. 하지만 루이의 엄마는 놀라며 그럴 리가 없다고. 루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라고. 내가 아는 한 루이는 그 상자를 다시 실어 놓으려 했을 뿐일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루이가 떨어뜨린 상자에서 다시 음악이 연주되자 그 아저씨는 놀라며, 전에는 한번도 이처럼 음악이 연주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미안하다며 그 음악상자를 루이에게 주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차를 마신다. 며칠 후에 아저씨가 다시 찾아와 강가에 가서 배도 타고, 그 후 자주자주 루이네 집을 방문하던 아저씨는 여름의 끝 무렵 어느 일요일날 루이의 새아빠가 된다.


*달사람에게 안부 전해줘 (Regards to the Man in the Moon, 1981)
아빠가 고물상이라고 놀리는 통에 시무룩해진 루이에게, 고물상 새아빠가 낡은 목욕통으로 멋진 우주선을 만들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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