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선생님

슬리퍼 만들기

홍 솔 2023. 8. 29. 13:35

5교시를 잠시도 가만 못있는 애들을 혼자서 사고 없이 데리고 있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애들도 9시 부터 1시 40분 까지 같은 공간에 어제와 똑같은 사람 보며 공부하며 지내는게 좀쑤실 게다.

공부하며 즐거울 수 있도록 다른데 정신 팔 시간이 없도록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한다.

20분 10분 단위로 쪼개어 교과서 수업 하다, 만들기 하다, 체조하다, 노래 부르다, 율동하다, 색칠하다, 학습지 풀다, 글씨 쓰기 하다, 책 읽기 하다, 글쓰기 하다, 돌아가며 발표하다, 장기자랑하다, 퀴즈 내다, 체스하다, 교실 피구하다, 음악감상하다 하여간 할 수 있는 건 총동원한다. 1학년은 공부 시간, 쉬는 시간이 따로 없다. 

쉬는 시간도 점심 시간도 데리고 체스 놀이, 태풍 놀이, 전래 놀이 뭔가를 하고 있다. 

그 덕분일까 저학년 맡아도 애들끼리 싸운 적이 별로 없다. 싸울 틈이 없다. 저들끼리 재미있게 잘 논다.

 

1학기는 학교가 좋아요~ 부담 없이 학교 적응으로 쉽게 쉽게 <즐겁게 학교 오기만 하세요>였다면 2학기부터는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된다.

알림장도 본인이 써야 하고, 받아쓰기도 시작되고, 국어도 문장 지문이 길어지고, 맞춤법 맞게 글 쓰기도 해야지, 수학도 덧셈 뺄셈 답을 맞추어야 한다.

수학 1단원이 끝나가 심화과정 문제 20문제 인쇄하여 풀게 했더니 겨우겨우 풀었다.

학습지에 이름 쓰는 것 부터 가르치며 마음 속으로

'얘들아, 고생 시작이구나. 긴 배움의 길, 부디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기쁨이 너희를 인도하길' 

문제 풀이하고는 그대로 학습지 폐휴지통에 버리고 재미있는 일이 뭘까? 슬리퍼 만들기를 하였다.

 

슬리퍼 만들기 - 실제 크기.hw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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