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영택 펜화-1
펜화가 김영택(56세)의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이면 그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한다. 우선은 화폭에 담긴 우리 옛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고, 이어 그의 능숙한 그림 솜씨에 반하게 된다. 한국의 고유한 건축물과 주변의 경치를 선이 시원시원하면서도 세밀하게 그린 그의 펜화는 기록 삽화를 연상시키면서도 한편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그림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그의 탁월하고 해박한 그림에 대한 배경설명이다.
즉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게 된 목적 및 철학을 수려한 글솜씨로 함께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과 글은 주간조선에 연재시리즈로 실렸으며 얼마전 계속된 작품활동으로 해친 건강때문에 잠시 활동을 중지하였다.
본래 산업디자이너였던 김영택은 “우리 문화유산의 특유한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자 펜화를 그리게 되었다.” 김영택의 우리 것에 대한 사랑은 미술을 전공하던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가 가르치던 미술학원 근처에는 골동품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돈만 생겼다 하면 주둥이가 깨진 조선백자 등 우리 옛 물건들을 사 모았죠.”
그는 전문 산업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쌓아가면서도 항상 우리 전통을 자신의 현대적인 디자인에 반영시켰다. “한국 고유의 디자인”에 대한 애착과 노력이 결실을 맺어 그는 1993년 국제상표센터(ITC)가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에게만 부여하는 “디자인 대사”라는 명예로운 이름까지 얻었다.
하지만 뭔가 더 큰 열망을 지니고 있던 그에게 드디어 전환점이 찾아왔다. 1994년 벨기에 세계 디자인 비엔날레에 초청되어 유럽을 방문하던 중, 그곳의 펜화 문화가 상당히 발달한 것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펜화는 붓보다 세밀한 묘사가 가능하면서 그 고유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죠.” 그가 펜화에 집착하는 이유다.
이를 계기로 펜화를 통해 미적인 감각이 풍부한 한국 문화재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 이듬해 17년간 경영하던 디자인 회사를 정리한 뒤 문화유산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소수서원, 월정사 9층 석탑, 경복궁 아미산, 병산서원, 백양사 범종각, 등 우리 문화유산을 70여 점의 펜화에 담았다.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병산서원 만대루의 천장에 쓰인 대들보를 보면 더러 휘어져 있어요. 일부러 반듯하게 깎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둔 것이죠. 이런 모습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은 완벽함이 아니라 되도록 자연스러움을 살린 우리 조상들의 고운 심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영택은 앞으로 펜화를 300여 점까지 그린 뒤에 펜화와 사진첩을 한데 묶어 한국을 소개하는 책자를 낼 계획이다.
해남 달마산 미황사
덕유산 거연정
괴산화양구곡감서재
경주 안강 독락당
경복궁 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