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그림책작가
마리 홀 에츠
홍 솔
2007. 4. 26. 15:49
마리 홀 에츠
마리 홀 에츠는 대표적인 늦깎이 작가이다. 1895년 위스콘신 주의 노스그린필드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어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화실에 다닐 정도로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고, 로렌스 대학과 뉴욕 미술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 출전한 남편이 전사하자 남편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려고 사회복지 시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활동한 경험을 통해 에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따뜻함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림책이 적격임을 알았다. 이 때부터 다시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에츠의 그림책은 그녀가 직접 만날 수 없는 온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사도(使徒)가 되었다.
연필, 콘테, 파스텔을 이용한 에츠의 그림은 부드러운 선과 흰 여백이 넉넉하게 살아 있어서 어른이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어린이의 감정이 온전하게 배어 있다. 그래서 듣고 또 들어도 물리지 않는 할머니의 옛 이야기처럼 보고 또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다. 에츠는 또한 어린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극히 제한된 색상만을 사용했다. 노란 밑바탕에 회색 콘테로 지극히 필요한 형태만 그린 나무나 풀, 그리고 이렇다 할 꾸밈이 전혀 없는 그림에서도 따스한 봄볕이 느껴지고, 보드라운 아기 솜털이 느껴질 것만 같다.
에츠는 극도로 색을 아끼는 작가로, "흑-백만큼 풍요로운 색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흑-백으로만 된 그림이 많고, 색깔이 있더라도 서너 가지밖에 없다. 그리고 색깔에 무척 까다로워 직접 인쇄 과정을 감독해 가면서까지 자기가 원하는 색깔을 찾아내어 그림책을 완성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56년 <나랑 같이 놀자>로 국제 안델센 상을 수상했고, 1959년 출간한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였다.
1. 숲 속에서 (1944)
마리 홀 에츠의 글과 그림은 단순하고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흰색과 검은색 2가지의 절제된 색상과 간결한 문체로 '숲'이라는 환타지의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했어요. 숲으로, 들판으로 나가면 그곳이 곧 환타지의 세계이고 다시 눈을 뜨거나 숲을 빠져나오면 현실로 돌아오는 아이들의 세계. 신비하고 평안한 안식처인 숲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친밀감을 아이의 눈을 통해 잘 그려냈습니다.
새 나팔과 종이모자를 가진 소년이 숲 속으로 들어가 혼자 산책을 합니다. 아이의 나팔소리에 잠을 깬 사자는 아이를 따라 숲을 산책하고 싶어 따라 나서지요. 물장난을 하던 두 마리의 아기코끼리 옆을 지나자 그들도 아이를 따라 나섭니다. 커다란 곰 두 마리, 캥거루 가족, 늙은 황새, 원숭이 두 마리, 토끼도 모두 소년을 따라나서 그들은 근사한 행렬을 이루지요. 널찍한 장소에 이르자 그들은 과자도 먹고 손수건 돌리기, 남대문놀이, 숨바꼭질 등의 재미나는 놀이도 합니다. 소년이 술래가 되어 모든 동물들이 숨었을 때, 소년을 찾아 헤매던 아빠가 나타나요. 아빠의 목말을 타고 집으로 가면서 소년은 동물친구들에게 소리칩니다. 다시 놀러 오겠노라고.
어른에겐 어둡고 음습해 보이는 숲 속도 아이들에겐 동물 친구들이 가득한 놀이터예요. 동심에 존재하는 환타지의 세계를 간결한 문체로 그린「숲 속에서」는 절제된 색상과 스케치 풍의 그림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동화입니다.
2. 나무 숲 속
어린이에게 신비한 공간으로 나아 있는 숲 속 이야기다. 주인공인 나는 나팔을 불며 숲으로 들어간다. 숲에 살고 있는 사자와 곰, 코끼리, 황새, 캥거루 등이 따라 나서 함께 놀이를 한다. 그러다 아버지가 나타나자 동물들은 사라지고 아버지와 함께 나는 집에 돌아온다. 다음 숲 속 산책 때 동물들과 다시 어울릴 것을 기약하면서.
3. 또 다시 숲 속으로 (1953)
숲 속에서 동물과 어울려 노는 「나무 숲 속」의 후속편이다. 주인공 소년은 다시 숲 속으로 찾아가 동물들과 다양한 장기자랑을 벌인다. 주인공이 사회를 보고 기린은 목을 길게 뻗는 장기를, 사자는 으르렁거리는 장기를, 원숭이는 나무에 매달리기 등의 장기를 보여 준다.
4. 나랑 같이 놀자 (1955)
한 여자아이가 햇볕 좋은 날 숲 속에 놀러 갔다가 동물들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 구성, 문장, 색채 모두가 지극히 단순하지만 어린이 정서에 꼭 필요한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아이들 그림처럼 가녀린 윤곽선에 살색 얼굴로 칠한 색연필 그림이나 연노랑 바탕도 어린이들을 편안하게 끌어들여요.
아이들은 걸음마를 배우면서부터 친구를 찾아 나섭니다. 나를 둘러싼 주위 사물과 사람에게 무한한 호기심과 관심이 생겨납니다. 엄마와 쌓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아이는 타인이나 사물과 관계를 맺기 원합니다. 이 책은 그런 아이의 욕구가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수용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1956년에 국제 안델센상을 수상했고, 다섯 번이나 칼데콧상 차점작에 올랐다. 어린이 그림책답지 않게 지나치리만큼 수수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따뜻하고 고즈넉한 세계에 빠지면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나는 그림책이다. 첫 페이지서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들판을 배경으로 한 노란 그림이 커다란 변화 없이 펼쳐지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어느결에 갓난아기의 가느다란 솜털이 살짝 볼을 간지럽히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에츠에게 숲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떼놓을 수 없는 각별한 공간이다. 그녀는 어릴 때 집 근처의 노스우드 숲에서 혼자서 뛰어 놀곤 했다. 주근깨투성이 오빠들의 심술궂은 장난을 피해 에츠가 곧잘 숨어드는 은신처가 바로 숲이다. 이 책에 나오는 들판은 그 옛날에 에츠가 뛰놀았던 노스우드 숲에 다름 아니다. 책장을 열면 쪼끄만 여자애가 아장대며 혼자서 들판으로 놀러 나온다. 하얀 태양이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꼬마를 뒤쫓아와 나무 뒤에 숨어서 엿본다. 이 태양은 아이를 놀이터에 혼자 내보내고 뒤따라 다니며 지켜보는 어느 어른의 얼굴 같기도 해, 혼자 노는 어린이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독자에게 안도감을 준다.
이 책은 쪼끄만 여자애가 들판에서 동물 친구를 찾아 함께 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지극히 사실적인 수법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어린이의 즐거운 놀이보다는 어린이의 내면세계를 묘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크림 빛 여백과 구분된 노란색 공간은 현실세계와 확연하게 금이 그어진 내면세계이다. 누구랑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외톨이 꼬마의 내면세계는 제아무리 햇볕이 담뿍 내리쬐고 어쩔 수 없이 애잔함을 불러일으킨다. 이 쓸쓸함은 어른으로 상징되는 태양으로 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꼬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보는 눈이 아니라 나와 마음 맞춰 즐겁게 뛰놀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이다. 외톨이 꼬마가 동물 친구들을 얻고 나서 “아이 좋아라!” 하고 소리치며 강렬한 햇빛 아래서 춤추는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졸였던 마음이 눈 녹듯이 풀리고 빛나는 환희를 체험하게 해준다.
에츠는 어린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극히 제한된 색상만을 사용했다. 노란 밑바탕에 회색 콘테로 지극히 필요한 형태만 그린 나무나 풀, 그리고 이렇다 할 꾸밈이 전혀 없는 그림에서도 따스한 봄볕이 느껴지고, 보드라운 아기 솜털이 느껴질 것만 같다. 에츠는 극도로 색을 아끼는 작가로, “흑-백만큼 풍요로운 색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흑-백으로만 된 그림이 많고, 색깔이 있더라도 서너 가지밖에 없다. 에츠는 색깔에 무척 까다로워 직접 인쇄 과정을 감독해 가면서까지 자기가 원하는 색깔을 찾아내어 그림책을 완성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5.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1959)
포사다는 멕시코의 크리스마스 축제예요. 크리스마스 아홉 밤 전부터 크리스마스 매일 밤 다른 집에서 열리지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포사다를 여는 집 마당을 돌아요. 그리고 예수가 태어났을 때 예수의 가족들이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피냐타는 공이나 동물 모양의 점토 인형이에요. 포사다나 생일 파티 때 피냐타 놀이를 하지요. 맛있는 것들을 가득 채운 피냐타를 높이 매달면 눈을 가린 아이들이 긴 종이 막대기로 피냐타를 깨뜨려요. 그래서 맛있는 것들이 땅으로 떨어지면 모두가 함께 나누어 먹는답니다.
6. 바로 나처럼 (1965)
아이가 집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동물들의 흉내를 차례차례 냅니다. 동물들의 특징을 아이의 눈을 통해 사실적이고도 따뜻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1956년 칼 데콧 아너 상 수상작이에요.
책은 아이를 따라 집 주변에서 시작해 숲 속으로, 한 바퀴를 따라 돈다. 각 장소마다 등장하는 가축과 숲 속 동물들. 아이는 조심스럽게 동물들을 관찰하고 똑같이 흉내를 냅니다. 고양이처럼 풀밭을 기어가는가 하면, 수탉처럼 걷기도 하고 염소처럼 풀을 들이받는 시늉을 하기도 하지요. 그림마다 조용하면서도 호기심을 한껏 발휘하는 아이의 행동이 귀엽게 표현됩니다.
유아들이 이해하기 쉬운 반복되는 구조는 리듬을 타고 안정감 있게 전개됩니다. 무엇이든 따라 하기 좋아하는 아이의 심리와 행동이 잘 나타난 그림책이에요.
7. 안녕, 아가야 (1967)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순수한 아기의 탄생은 언제나 저에게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은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태어나는 과정까지를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풀어 놓았습니다. 따라서 엄마 아빠가 아기와 함께 읽으며 아이들에게 생명이 창조되는 과정을 올바르게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생명의 탄생에 대한 바른 생각과, 또한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리 홀 에츠는 대표적인 늦깎이 작가이다. 1895년 위스콘신 주의 노스그린필드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어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화실에 다닐 정도로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고, 로렌스 대학과 뉴욕 미술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 출전한 남편이 전사하자 남편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려고 사회복지 시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활동한 경험을 통해 에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따뜻함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림책이 적격임을 알았다. 이 때부터 다시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에츠의 그림책은 그녀가 직접 만날 수 없는 온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사도(使徒)가 되었다.
연필, 콘테, 파스텔을 이용한 에츠의 그림은 부드러운 선과 흰 여백이 넉넉하게 살아 있어서 어른이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어린이의 감정이 온전하게 배어 있다. 그래서 듣고 또 들어도 물리지 않는 할머니의 옛 이야기처럼 보고 또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다. 에츠는 또한 어린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극히 제한된 색상만을 사용했다. 노란 밑바탕에 회색 콘테로 지극히 필요한 형태만 그린 나무나 풀, 그리고 이렇다 할 꾸밈이 전혀 없는 그림에서도 따스한 봄볕이 느껴지고, 보드라운 아기 솜털이 느껴질 것만 같다.
에츠는 극도로 색을 아끼는 작가로, "흑-백만큼 풍요로운 색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흑-백으로만 된 그림이 많고, 색깔이 있더라도 서너 가지밖에 없다. 그리고 색깔에 무척 까다로워 직접 인쇄 과정을 감독해 가면서까지 자기가 원하는 색깔을 찾아내어 그림책을 완성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56년 <나랑 같이 놀자>로 국제 안델센 상을 수상했고, 1959년 출간한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였다.
1. 숲 속에서 (1944)
마리 홀 에츠의 글과 그림은 단순하고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흰색과 검은색 2가지의 절제된 색상과 간결한 문체로 '숲'이라는 환타지의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했어요. 숲으로, 들판으로 나가면 그곳이 곧 환타지의 세계이고 다시 눈을 뜨거나 숲을 빠져나오면 현실로 돌아오는 아이들의 세계. 신비하고 평안한 안식처인 숲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친밀감을 아이의 눈을 통해 잘 그려냈습니다.
새 나팔과 종이모자를 가진 소년이 숲 속으로 들어가 혼자 산책을 합니다. 아이의 나팔소리에 잠을 깬 사자는 아이를 따라 숲을 산책하고 싶어 따라 나서지요. 물장난을 하던 두 마리의 아기코끼리 옆을 지나자 그들도 아이를 따라 나섭니다. 커다란 곰 두 마리, 캥거루 가족, 늙은 황새, 원숭이 두 마리, 토끼도 모두 소년을 따라나서 그들은 근사한 행렬을 이루지요. 널찍한 장소에 이르자 그들은 과자도 먹고 손수건 돌리기, 남대문놀이, 숨바꼭질 등의 재미나는 놀이도 합니다. 소년이 술래가 되어 모든 동물들이 숨었을 때, 소년을 찾아 헤매던 아빠가 나타나요. 아빠의 목말을 타고 집으로 가면서 소년은 동물친구들에게 소리칩니다. 다시 놀러 오겠노라고.
어른에겐 어둡고 음습해 보이는 숲 속도 아이들에겐 동물 친구들이 가득한 놀이터예요. 동심에 존재하는 환타지의 세계를 간결한 문체로 그린「숲 속에서」는 절제된 색상과 스케치 풍의 그림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동화입니다.
2. 나무 숲 속
어린이에게 신비한 공간으로 나아 있는 숲 속 이야기다. 주인공인 나는 나팔을 불며 숲으로 들어간다. 숲에 살고 있는 사자와 곰, 코끼리, 황새, 캥거루 등이 따라 나서 함께 놀이를 한다. 그러다 아버지가 나타나자 동물들은 사라지고 아버지와 함께 나는 집에 돌아온다. 다음 숲 속 산책 때 동물들과 다시 어울릴 것을 기약하면서.
3. 또 다시 숲 속으로 (1953)
숲 속에서 동물과 어울려 노는 「나무 숲 속」의 후속편이다. 주인공 소년은 다시 숲 속으로 찾아가 동물들과 다양한 장기자랑을 벌인다. 주인공이 사회를 보고 기린은 목을 길게 뻗는 장기를, 사자는 으르렁거리는 장기를, 원숭이는 나무에 매달리기 등의 장기를 보여 준다.
4. 나랑 같이 놀자 (1955)
한 여자아이가 햇볕 좋은 날 숲 속에 놀러 갔다가 동물들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 구성, 문장, 색채 모두가 지극히 단순하지만 어린이 정서에 꼭 필요한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아이들 그림처럼 가녀린 윤곽선에 살색 얼굴로 칠한 색연필 그림이나 연노랑 바탕도 어린이들을 편안하게 끌어들여요.
아이들은 걸음마를 배우면서부터 친구를 찾아 나섭니다. 나를 둘러싼 주위 사물과 사람에게 무한한 호기심과 관심이 생겨납니다. 엄마와 쌓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아이는 타인이나 사물과 관계를 맺기 원합니다. 이 책은 그런 아이의 욕구가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수용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1956년에 국제 안델센상을 수상했고, 다섯 번이나 칼데콧상 차점작에 올랐다. 어린이 그림책답지 않게 지나치리만큼 수수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따뜻하고 고즈넉한 세계에 빠지면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나는 그림책이다. 첫 페이지서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들판을 배경으로 한 노란 그림이 커다란 변화 없이 펼쳐지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어느결에 갓난아기의 가느다란 솜털이 살짝 볼을 간지럽히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에츠에게 숲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떼놓을 수 없는 각별한 공간이다. 그녀는 어릴 때 집 근처의 노스우드 숲에서 혼자서 뛰어 놀곤 했다. 주근깨투성이 오빠들의 심술궂은 장난을 피해 에츠가 곧잘 숨어드는 은신처가 바로 숲이다. 이 책에 나오는 들판은 그 옛날에 에츠가 뛰놀았던 노스우드 숲에 다름 아니다. 책장을 열면 쪼끄만 여자애가 아장대며 혼자서 들판으로 놀러 나온다. 하얀 태양이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꼬마를 뒤쫓아와 나무 뒤에 숨어서 엿본다. 이 태양은 아이를 놀이터에 혼자 내보내고 뒤따라 다니며 지켜보는 어느 어른의 얼굴 같기도 해, 혼자 노는 어린이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독자에게 안도감을 준다.
이 책은 쪼끄만 여자애가 들판에서 동물 친구를 찾아 함께 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지극히 사실적인 수법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어린이의 즐거운 놀이보다는 어린이의 내면세계를 묘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크림 빛 여백과 구분된 노란색 공간은 현실세계와 확연하게 금이 그어진 내면세계이다. 누구랑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외톨이 꼬마의 내면세계는 제아무리 햇볕이 담뿍 내리쬐고 어쩔 수 없이 애잔함을 불러일으킨다. 이 쓸쓸함은 어른으로 상징되는 태양으로 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꼬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보는 눈이 아니라 나와 마음 맞춰 즐겁게 뛰놀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이다. 외톨이 꼬마가 동물 친구들을 얻고 나서 “아이 좋아라!” 하고 소리치며 강렬한 햇빛 아래서 춤추는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졸였던 마음이 눈 녹듯이 풀리고 빛나는 환희를 체험하게 해준다.
에츠는 어린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극히 제한된 색상만을 사용했다. 노란 밑바탕에 회색 콘테로 지극히 필요한 형태만 그린 나무나 풀, 그리고 이렇다 할 꾸밈이 전혀 없는 그림에서도 따스한 봄볕이 느껴지고, 보드라운 아기 솜털이 느껴질 것만 같다. 에츠는 극도로 색을 아끼는 작가로, “흑-백만큼 풍요로운 색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흑-백으로만 된 그림이 많고, 색깔이 있더라도 서너 가지밖에 없다. 에츠는 색깔에 무척 까다로워 직접 인쇄 과정을 감독해 가면서까지 자기가 원하는 색깔을 찾아내어 그림책을 완성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5.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1959)
포사다는 멕시코의 크리스마스 축제예요. 크리스마스 아홉 밤 전부터 크리스마스 매일 밤 다른 집에서 열리지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포사다를 여는 집 마당을 돌아요. 그리고 예수가 태어났을 때 예수의 가족들이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피냐타는 공이나 동물 모양의 점토 인형이에요. 포사다나 생일 파티 때 피냐타 놀이를 하지요. 맛있는 것들을 가득 채운 피냐타를 높이 매달면 눈을 가린 아이들이 긴 종이 막대기로 피냐타를 깨뜨려요. 그래서 맛있는 것들이 땅으로 떨어지면 모두가 함께 나누어 먹는답니다.
6. 바로 나처럼 (1965)
아이가 집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동물들의 흉내를 차례차례 냅니다. 동물들의 특징을 아이의 눈을 통해 사실적이고도 따뜻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1956년 칼 데콧 아너 상 수상작이에요.
책은 아이를 따라 집 주변에서 시작해 숲 속으로, 한 바퀴를 따라 돈다. 각 장소마다 등장하는 가축과 숲 속 동물들. 아이는 조심스럽게 동물들을 관찰하고 똑같이 흉내를 냅니다. 고양이처럼 풀밭을 기어가는가 하면, 수탉처럼 걷기도 하고 염소처럼 풀을 들이받는 시늉을 하기도 하지요. 그림마다 조용하면서도 호기심을 한껏 발휘하는 아이의 행동이 귀엽게 표현됩니다.
유아들이 이해하기 쉬운 반복되는 구조는 리듬을 타고 안정감 있게 전개됩니다. 무엇이든 따라 하기 좋아하는 아이의 심리와 행동이 잘 나타난 그림책이에요.
7. 안녕, 아가야 (1967)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순수한 아기의 탄생은 언제나 저에게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은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태어나는 과정까지를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풀어 놓았습니다. 따라서 엄마 아빠가 아기와 함께 읽으며 아이들에게 생명이 창조되는 과정을 올바르게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생명의 탄생에 대한 바른 생각과, 또한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