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그림책작가

아카바 수에키치

홍 솔 2007. 4. 26. 15:18

<수호의 하얀말> <두루미 아내> <혀 잘린 참새>

아카바 수에키치
우리에게 소개된 그의 세 작품은 몽골의'마두금'에 관한 민화 와 일본의 옛이야기 두 편입니다. 세 작품 모두 우리 나라에 소개된 지가 오래 되지 않았기에 전문 비평가들의 비평이 없어서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어린이 책 뿐 아니라 외국의 어린이책에 대한 비평도 국내에서 유명한 일본 작가 한 둘을 제외하면 서양 일색이어서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여야할 외국의 책이 지나치게 서양에 편중되어 왔음을 보여줍니다.
최근 아주 조금씩 아시아권의 책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이 부분의 개선이 필요할 것 으로 보입니다. 모두 옛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어 '옛이야기'를 그의 그림과 함께 이야기의 하려합니다.

<작가소개>
1910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32년 만주로 건너가 전쟁이 끝난 1947년에 귀국했다.
1959년에 일본동화회전에서 시모다이 상을 수상하였으며, 1962년에는 『일본의 신화와 전설』로 쇼가쿠칸 동화출판문화상 가작상을 받았다. 1965년에는 『모모타로』와 『하얀 용 검은 용』으로 각각 산케이 아동 출판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73년에는 『겐페이 에마키』로 고단샤 출판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1975년에 『호만 연못의 캇파』로 쇼가쿠관 회화상과 국제 안데르센 상 특별상을 수상하였으며, 역동적인 그림에 간결하지만 힘이 넘치는 선의『수호의 하얀 말』로 브룩쿨린 미술관 그림책상을 수상하였다. 1980년에 한스 크리스천 안데르센 상을 수상하여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국제적으로 인정 받았다.
1990년 6월에 세상을 떠났다.
일본의 후쿠잉캉 쇼텐(http://www.fukuinkan.co.jp)에 가면 원작의 표지그림을 볼 수 있다.


안데르센 상
스위스 취리히에 설립되어 있는 국제아동도서협의회 사업의 하나로 제정되어 어린이 문학에 공헌한 바가 큰 세계 각국의 현존 작가 작품 중에서 선정, 2년마다 1번씩 시상합니다. 아동문학가 및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어지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영예로운 상으로 주요 수상자는 엘리너 파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토베 얀손 등이 있습니다.


< <수호의 하얀말 >>

아카바는 15년간 청년시절을 중국에서 머물면서 대륙의 문화에 심취한 사람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징기스칸 묘의 벽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아 몽골을 취재하며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받게 되어 <수호의 하얀말>의 탄생이 시작됩니다. 1961년 <어린이의 친구>라는 월간 그림책에 1여 년간의 제작기간에 걸쳐 작품을 발표합니다. 그 당시의 반응 또한 굉장한 것이었지만 아카바 자신은 광활한 대륙을 정확히 표현해 내지 못한 아쉬움으로 그 후 약 7년 여간의 재 작업을 통하여 완벽한 몽골의 초원을 재현해냅니다. 이것으로 1980년 어린이의 노벨상 안데르센 상을 받게 됩니다.

<줄거리 >
몽골의 넓은 초원에 수호라는 가난한 양치기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초원에서 하얀 망아지를 주워 온 수호는 멋진 하얀 말로 정성껏 기릅니다. 세월은 흘러 초원을 다스리고 있는 원님이 말타기 대회를 열어 1등한 사람을 원님의 딸과 결혼을 시킨다는 얘기에 수호는 하얀 말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수호는 단연 1등을 하게 되지만, 가난한 양치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원님은 수호에게서 하얀 말을 빼앗아 버리고 쫓아냅니다. 수호는 하얀 말을 잊지 못해 가슴 아파하고, 하얀말은 온몸에 화살을 맞고 수호의 집으로 찾아왔으나, 끝내 죽고 맙니다. 수호는 슬픔과 분노로 지쳐 잠이 들고, 꿈에 하얀말이 나타나 말합니다. "그렇게 슬퍼하지 말아요. 제 뼈와 가죽과 심줄과 털로 악기를 만들어 주세요. 그렇게 하면 난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있을 수 있어요. 언제나 당신을 위로해 드릴게요." 이것이 '마두금'이라는 악기이며, 마두금의 소리는 초원 위로 울려 퍼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그림>
1.단순하면서도 힘있는 필치가 깊은 호소력과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 표지에 그려진 뭉툭하고 순박한 얼굴의 수호가 하얀말을 안고 있는 장면은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수호와 하얀말 사이에 깊은 믿음이 흐르는 듯 하다. 편한 느낌의 단순한 필치지만 아무리 작은 그림이라도 그 움직임은 정확하고 자연스럽다. 과감하게 배경을 쳐내고 핵심만을 담아 여백의 맛도 잘 살리고 있다. 많은 것이 생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 수호와 하얀말이 초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2.색이 뚜렷한 윤곽선과 평면적인 채색의 그림이 동양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3.대륙의 기상을 보여주는 몽골의 너른 초원을 담기 위해 옆으로 긴 판형으로 그렸다
4.수호의 마음을 따라가며 달라지는 선과 면 색의 조화도 좋다.
담담하고 깊이 있는 수묵의 그림과 색이 몽골의 자연을 잘 담아내고 있다.
자연색(황토색)의 배경 속에서 평화로워 보이는 평원과 달리는 말과 쏟아지는 화살들이 뿜어내는 역동성을 교차시켜가며 자연속에 살아가는 유목민의 고단한 삶을 잘 표현했다.
맑게 번지고 뭉쳐 쓴 색 느낌도 좋고 ,누르고(황금 혹은 동 빛 같은), 푸르고, 붉은 대륙의 색감도 적절하다.
5 줌인 과 줌아웃이 적적히 들어가 역동적인 느낌을 더욱 배가시킨다.



이상과 같이 아카바 수에키치의 기량이 마음 껏 발휘되었고,
일본작가 이면서도 일본적 느낌을 뛰어넘고 있는 것은 중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의 대륙의 경험 과 옛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에 의지한 것이라 보여진다.
무게 있는 이야기를 좋은 글로 다듬은 글 작가의 노력이 책을 더욱 빛나게 했다 생각된다.



<<두루미 아내>>

야가와 수미코(글) -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 대학문학부 미학
미술사학과를 중퇴하고, 현재는 저술과 번역에 종사하고 있다.
『말의 나라의 앨리스』,『가공의 정원』,『나의 메리헨 산책』,
『고요한 종말』들이 있다.

<줄거리>
요헤이라는 가난한 청년은 화살을 맞고 눈길에 쓰러진 두루미 한 마리를 구해 줍니다.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두루미는 아리따운 아가씨로 나타나 요헤이의 아내가 되어 주지요. 하지만 아내가 짠 고상하고 아름다운 베가 비싼 값에 팔리자 금은보화에 대한 요헤이의 욕심은 점점 커져 계속 베를 짜 줄 것을 요구하고 자기의 깃털을 뽑아 베를 짜던 아내는 약속을 어기고 자기의 흉한 모습을 보게된 요헤이의 곁을 떠난다.
<그림>
그림은 전형적인 일본풍의 작품이다.(일본의 민화에 내려오는 판화와 수묵화의 느낌이라 한다) 역시 단순한 쭉쭉 벗은 긴 곡선으로 신비스러우면서도 우아하고 고고한 두루미의 모습을 잘 표현하였다. 눈 내린 외딴 산골의 담담한 겨울 풍경들 하나 하나가 그야말로 은은하고 잔잔하게 펼쳐진다. 한지의 번짐을 이용한 수묵화로 아름다운 색채와 여백의 효과 살려 쓸쓸한 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잘 전하고 있다.
실루엣 으로 처리된 베짜는 두루미의 모습도 긴장감을 살려주고, 역시 줌인 줌아웃을 적절히 사용하여 긴장감과 쓸쓸한 느낌을 상승시킨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부끼 배우의 얼굴이 연상되는 아내의 창백한 얼굴과 치켜진 눈이 일본풍의 느낌을 더욱 자아낸다.
탐욕으로 비굴해 지는 요헤이의 얼굴표정 탄식하는 모습 처절한 두루미의 몸짓 얼굴 색의 변화 에서 단순한 필치지만 정확하고 세밀한 묘사가 작가의 성실성을 보여준다.
눈 쌓인 산골의 풍경이나 밤과 낮의 느낌 변화, 군더더기 없는 표현들이 미감을 자극한다.
점점 짓 푸르러 지는 먼 하늘 속에 이제 요헤이의 손이 닿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작디 작은 두루미가 날아 가는 마지막 풍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은혜를 갚는 동물의 모습이나 금기 사항을 깨뜨려 행복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흡사 우리 나라의 '나무꾼과 선녀''우렁이 각시'를 떠올리게 하는 일본의 옛이야기이다.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고 약속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이다.


<<혀잘린참새>>

이시이 모모코 글 - 사이타마현 우라와 시에서 태어났다. 1951년「논짱 구름을 타다」로 문부대신상을 수상했다. 1953년에는 일본 아동문학에 공헌한 바가 커 기구치 칸 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도 저술과 번역에 종사하고 있으며, 작품에는「논짱 구름을 타다」「산의 톰씨」「식충이 하나코씨」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피터 래빗 시리즈」「피터 팬과 웬디」「곰돌이 푸」등이 있다.

김난주 옮김 -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84년 일본으로 건너가 쇼와 여자대학에서 공부하고, 현재는 일본 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암리타」「키친」「하치의 마지막 연인」「모래의 여자」「가족스케치」「훔치다 도망치다 타다」「허니문」「천국이 내려오다」「아무도 없네요 아무도 없어요」「잘 자라 코코」「앙앙」「싫어 싫어」「두루미 아내」등이 있다.

<줄거리>
산속에서 살며 자식이 없어 적적해 하던 할아버지는 참새 한 마리를 소중하게 키웁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집을 비운 동안 성질 고약한 할머니가 그만 참새의 혀를 싹둑 잘라 버려, 참새는 멀리 날아가 버리지요. 집으로 돌아와 자초지종을 들은 할아버지는 참새에게 사과를 하고자 먼 길을 떠납니다. 가는 길에 요구되는 힘든 노동들을 할아버지는 모두 부지런히 해 내고 그 대가로 마침내 참새와 다시 만나 참새로부터 보물이 가득한 고리짝까지 얻지요. 이를 본 할머니는 너무나 욕심이 나 부랴부랴 참새를 찾아 떠납니다. 할아버지와 똑같은 힘든 노동을 대충하고 채근하여 도착한 참새의 집에서 할머니는 욕심껏 커다란 고리짝을 얻어오고 약속을 어기고 훔쳐보다 커다란 뱀과 두꺼비에게 혼쭐이 나고 다시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림>
역시 일본의 향취가 한껏 풍기는 그림이다.
단순하면서도 만화처럼 윤곽선으로 주로 그려진 그림이 등장인물의 표정을 읽기에 그만이다. 내용에 걸맞게 해학과 익살 스러움이 강조되어 있다. 착한 할아버지의 우직한 표정과 못된 할머니의 우스광 스러운 표정이 생동감 있고 재미있다.
단색에 단순화된 나비, 꽃, 과일, 무늬가 프린트된 옷의 느낌도 일본풍의 느낌을 잘 전해주고 있고, 단조로울 듯 싶은 빨강과 옥색과 황금색 3색만으로, 포인트로, 채색된 그림은 오히려 그림의 집중도를 높여주고 세련미를 준다.
이야기는 권선징악의 교훈이나 반복의 구조 등이 우리 나라의 옛이야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옛이야기다. '흥부와 놀부'




<옛이야기란>

예로부터 말로 전해 내려오던 구비문학에는 설화, 민요, 판소리, 속담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는 것은 설화이다. 설화는 신화, 전설, 민담을 포괄하는 말인데 신화는 민중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가 옛이야기라고 할 때는 전설과 민담이 주로 들어가겠다. 이 전설과 민담 가운데 성에 대한 내용만 제외하면 바로 아이들한테 들려주던 전래동화가 된다.
백년 전만 해도 우리 나라에서는 동화란 말을 쓰지 않았는데 서구문학이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뒤, 일본에서 쓰던 말 그대로 '동화'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 이 말의 뜻은 예로부터 전해 오던 이야기로서 아이들이 어른들한테서 즐겨 듣고 재미나게 말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어린이 도서연구회]

<옛 이야기 구성>

1) 정형화된 주인공
동물 (우리나라에선 호랑이가 많다), 할아버지 할머니 , 오누이, 선남 선녀

2) 두 사람의 대조
둘을 서로 대조시키는 방식은 이야기를 아주 명확하게 끌고 나가는 특징이 있다. 부자와 가난뱅이, 착한 사람와 욕심쟁이가 서로 아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의 효과를 살리고 있다. 이런 것은 옛이야기에 너무나 많이 나온다. 두 사람이 벌이는 갈등 속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는 것이다.

3) 같은 이야기의 반복
등장 인물이 둘,셋 ,넷 으로 반복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구성 방식이다. 악한사람은 같은 방식으로 실패하고, 선한 사람은 그 일을 해결하거나 착한 일을 한다.
이런 구성은 아이들에게 아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 방식이다. 아이가 한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아주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또는 읽어야 한다.)

4)한 사람의 모험
한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험을 하는 이야기로, 주인공이 같은 행동을 소재만 바꿔가면서 되풀이하는 이야기이다.
<옛이야기 내용>
1. 권선징악의 세계
2. 삶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이야기
옛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세상구경을 나가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3. 풍자와 해학의 세계
옛이야기에는 우스운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4. 겨레의 생활상, 문화, 정서가 담긴 이야기

<옛이야기 그림책>
옛이야기는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어떤 집단이나 부족, 겨레가 오랜 세월을 걸쳐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 집단의 이야기에는 그 집단의 생활 모습, 정서,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흔히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이라고 말한다. 사실 외국의 좋은 그림책을 잘 살펴보면 그 나라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좋은 책으로 알려져 있고, 각 나라마다 그림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이야기들이 속속 단행본그림책으로 재 출간되고 있는 요즈음 우리도 우리 정서와 민족문화에 뿌리를 둔 그림책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옛이야기가 책이라는 매체로 출간되는 것이 그 변화의 속성에 제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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